AI 접근성을 높이는 공익데이터: 무의·인천관광공사 사례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닷패드와 휠리엑스, 기억하시나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촉각 디스플레이, 그리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피트니스 솔루션이었죠. 두 가지 사례 모두 기존 기술에 AI를 접목해 장애인의 일상에 더 큰 편리함을 가져다주고자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보조기기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닷패드와 휠리엑스와 같은, AI·로봇 기반 첨단 보조공학기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2026년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열기도 했어요.
[사진 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꿈꾸는 “턱 없는 사회”에 더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홍익지능의 2026 비영리 활동가 AI 인식·활용 조사 연구 발표회에서도, 얼마 전 진행된 CEO저널 인터뷰에서도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했어요:
“AI 기술의 근간은 결국 학습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시장 논리 때문에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공익 데이터는 수집조차 되지 않거나 버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새로운 기술 시대의 결핍이라고 봅니다. AI 개발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데, 이를 통제할 사회적 윤리와 접근성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대로라면 유료화 기반의 정보 격차는 앞으로 더욱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2026.05.15, CEO 저널 인터뷰)
[홍윤희 이사장 @ 2026 비영리 활동가 AI 인식·활용 조사 연구 발표회]
다시 말해, 아무리 정교한 AI 솔루션이 나와도 AI가 학습할 데이터 자체가 없다면 특정 사람들은 기술의 혜택에서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건데요, 무의는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휠체어를 탄 딸과 지하철을 이용하던 홍윤희 이사장은, 휠체어와 유모차로는 지하철 환승이 쉽지 않고 관련 정보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에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직접 휠체어를 타고, 국가의 관심 밖에 있어 공공 데이터로도 수집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사단법인 무의 로고]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모은 “공익데이터”는 카카오맵과 연동되는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가 되었고, 나아가 전국 18개 지자체의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고요.
💡공익데이터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집·활용되는 데이터를 말합니다. 사회문제 해결, 공공정책 개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누구나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어요.
비슷한 움직임이 공공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인천관광공사는 올해 과기정통부 데이터바우처 사업에 선정되어 인천 주요 관광지 1,100개소에 대한 무장애 접근성 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휠체어 진입로, 장애인 화장실, 단차·경사로, 수유실, 유모차 대여 여부 등 관광약자가 여행 전 확인해야 할 정보를 표준화된 데이터로 정리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실측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요. 구축된 데이터는 올해 초 출시된 인천 AI 여행비서 ‘이지꾸’ 학습을 위해 쓰일텐데요, 이를 통해 지체(휠체어)·시각·청각·고령자·영유아 동반·임산부 등 다양한 관광약자가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진 출처: 인천관광공사 인스타그램]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장애인콜택시 운행 통계나 휠체어 리프트 설치 현황처럼 다양한 장애 관련 공공데이터가 새로이 쌓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 역에서 저 역으로 휠체어를 타고 환승할 수 있는가”, “이 관광지에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가”처럼 당사자가 일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에요. 수집의 주체도, 기준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체계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요. 무의가 자원봉사자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역사를 누비는 이유, 인천관광공사가 조사원을 현장에 직접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6월 1일, 행정안전부는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가치 공공데이터 탑 100”을 선정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법률, 문화, 재난안전,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포함되었는데요, 과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꼭 필요한 데이터가 있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필요도 있고요! 앞선 두 사례가 보여주듯,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는, 개방할 수도, AI에 학습시킬 수도 없으니까요.
🖇️함께 읽어볼 자료:
AI 시대 장애와 기술의 관계를 더 깊이 살펴보고 싶다면, 한국장애학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주최한 춘계학술대회 「AI 시대의 장애: 기술, 재현, 그리고 불평등」 자료도 함께 읽어보세요!
🍯궁금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데이터가 있다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운영하는 공익데이터 플랫폼을 한번 구경하는 것도 좋아요. 모으고 싶은 공익 데이터가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면 “공익데이터 액티비즘 가이드북”도 제공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