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처음인 세상으로 향하는 일
이윤희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최근 AI 활용 강의를 들었다. AI를 활용하여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고, 블로그나 카드뉴스 제작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였다. 강의를 들으며 흥미로운 마음도 들었지만, 5회차의 과정 중에도 업데이트되는 AI의 발전 속도와 전문용어들에 교실에서 홀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 된 마음도 들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재빠른 사람은 아니다. 화단의 나무와 꽃이 얼마나 자랐는지 지켜보고, 지나가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남몰래 눈길을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도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나가는 산책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비영리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렇게 나아가도 된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그렇지만 AI의 변화 속도는 사람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지만은 않는 듯하다. AI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동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무언가의 본질을 고민하고, 이것이 정말 맞는지 검토하기 위해서 결정을 늦추는 것은 세상의 속도에 이탈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AI를 업무에 처음으로 사용해본 것은 2025년이었다. 당시에 아름다운재단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전하는 웹페이지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이 어떤 곳인지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고자 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더 자주, 많이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웹페이지를 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웹페이지에 사용할 이미지 생성을 위주로 AI를 활용하게 되었다.
사용하면서도 고민은 많았다. 아름다운재단이라면 제작 일정을 늦추더라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AI 생성 이미지로 아름다운재단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일까 걱정도 되었다. ‘무장애놀이터’라는 개념과 생성할 놀이기구의 이미지를 아무리 설명해도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하는 AI를 보며 모두가 잘 모르는 소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소수의 이야기로만 남을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들었다.
이런 막연한 고민에 전환점이 생긴 것은 ‘먼저 온 미래’라는 책을 읽은 후였다. ‘기술이 가치를 변화하게 두는 것이 맞는가’, ‘소수의 인원과 기업이 인류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나에게 남았고, 세상의 변화 속도를 잠시라도 늦추고 이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질문하는 것은 비영리섹터만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을 한 단계 나아가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재단의 동료들이었다. 재단에 만들어진 AI 학습 동아리 ‘옥인동00랩’을 통해서 AI 사용 경험과 우려되는 지점을 공유하고, AI를 재단의 가치와 방향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조직에 제안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세상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빠르고 거세더라도 휩쓸리지 않도록 아름다운재단의 가치를 담는 일이었다. AI 사용이 가장 적절한 방식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항목을 넣어 우리가 일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란 가치를 담고자 했다. AI로 만든 결과물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AI는 우리가 잘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지 사용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일의 주도성을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를 조직에 제안했고, 논의를 통해 공식 가이드라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후 재단의 구성원들은 아름다운재단의 지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이러한 고민과 과정은 지난 4월 열린 아름다운재단의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조사 결과 공유회’에서도 소개되었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의 변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AI만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상황 자체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늦추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비영리 섹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근본적인 역할에 집중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상의 변화에 모두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고, 서로를 단단히 붙드는 것. 우리의 역할로 그 누구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새로운 세상이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면 좋겠다. 그렇기에 효율성과 뛰어남을 따지기 보다, 무엇이 더 낫고 옳은지를 다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모두에게 처음인 세상도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기에.
✍🏻 이윤희 |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아름다운재단의 가치를 담은 콘텐츠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침내 해내는 일이 세상 그 무엇보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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