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노동과 놀이: 비영리 활동이 미래의 대안이 되는 이유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숍스캄(Köpskam)’. ‘소비의 창피함’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한때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스웨덴 신조어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두려움에 휩싸여 있던 2020년 초, 나는 인상적인 외신 기사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보다 기후 위기를 더 큰 문제로 여기고 소비를 줄여 나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기사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고, 결국 나는 본업을 그만두고 환경운동을 하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소비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이자 꼭 한번 적극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의식의 발로였다. 이처럼, 지금 몸담고 있는 비영리 활동은 나름의 문제 해결 방식이자 ‘내면의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 ‘자아 실현의 도구’이며, ‘세상에 기여’하는 가장 능동적인 삶의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비영리 활동의 본질이,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정립될 것이라 예측한다. 생계 수단이나 경제 활동으로서의 팍팍한 노동은 줄어들고, 노동과 놀이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질 것이다. 대신 인간은 개인의 관심과 재미를 좇아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활동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즉, 일이라는 것이 ‘가치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이자 ‘사회 기여 활동’으로 확장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윤 추구보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활동은 AI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공익 활동에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비영리 단체 내부에서도 AI는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몫은 AI에게 넘겨주면 된다. 인간은 행정이나 반복적인 실무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연대하며 관계를 맺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함으로써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날이 오면, 내가 속한 ‘다시입다연구소’와 같은 소규모 조직들도 물리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입다연구소는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전국 각지의 커뮤니티 멤버들과 더 깊이 연대하고,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력 있는 법 제정 운동을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훨씬 더 ‘재미있는’ 환경운동을 다 같이 고민하고 실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 자체는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소모하고 심각한 탄소 배출과 전자 폐기물을 양산하는 등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AI가 야기하는 환경적 부작용을 다시 AI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바야흐로 AI 시대의 환경운동은 더욱 복합적이고 역설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 정주연 | (사)다시입다연구소 대표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확산하여 의류 폐기물을 줄이고자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의류 교환과 수선의 가치와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환경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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