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밖으로 나온 약사들의 AI 도우미: 사단법인 늘픔가치의 ‘케어링노트’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요즘, 환절기 감기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단순한 감기라도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은 그 종류가 다양해요. 해열제부터 거담제까지 여러 약이 동시에 처방되기도 하고, 특히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때에는 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장약을 함께 처방받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다양한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는 방법, 혹시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약국에서 복용법을 자세히 안내받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인데요. 게다가 다른 질환으로 이미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새로 처방받은 약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특히 처방받는 약들도 많고, 가벼운 증상에 복용하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까지 하루에 여러 종류를 챙겨 먹는 분들이라면 올바른 약 복용법과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사단법인 늘픔가치에 따르면,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사람 117만 명 가운데 약 55만 명이 약을 부적절하게 복용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약을 잘못 복용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꼭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입니다.
2008년, 약대생들이 모인 동아리로 첫발을 내딛었던 늘픔가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약국을 벗어나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올바른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폐기할 수 있도록 교육도 진행하며 지역 사회의 건강권을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스타트업입니다. 특히 늘픔가치는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를 통해 몸이 불편해 약국을 찾아갈 수 없는 분들의 복약 상담도 책임지고 있어요. 단순히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도록 돕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 내 협력망을 통해 필요한 돌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매일 다섯 가지, 여섯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상담하는 과정에서 늘픔가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기록’이었는데요!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용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고, 과거 기록을 찾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해요. 약사마다 기록 방식이 달라 상담 내용을 서로 공유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고요.
약사들이 기록 업무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주민과의 상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늘픔가치는 작년 카카오 임팩트의 테크포임팩트 LAB을 통해 ‘케어링노트’를 개발했어요. 상담 내용을 녹음하면 자동으로 기록하고, 핵심 정보를 정리해 주는 AI 기반 도구인데요. AI 자동 요약으로 상담 내용 기록에 쓰이는 에너지를 줄여줬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 정보와 지난 상담 내용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기록의 관리와 공유도 한층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케어링노트 홈페이지 스크린캡처]
실제로 케어링노트 도입 후 약사의 기록 관리 시간이 이전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참여 약사들이 만나는 주민 수도 약 5배 증가했다고 해요. 기록 업무에 들이던 시간을 줄인 만큼 주민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케어링노트가 현장의 모든 병목과 문제를 해결해 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할 경우 사용에 제약이 있었고, 다양한 상황에 놓인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기록 양식을 더욱 세밀하게 개선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늘픔가치는 실제 현장에서 AI 도구를 활용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기능을 보완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한 번의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에 맞춰 도구를 직접 사용하고 개선해 나간다는 점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밖에도 늘픔가치는 그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현장의 필요를 기반으로 AI 약물관리 솔루션 ‘PhAI(파이)’를 만든 스타트업 약문약답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AI를 활용해 기록 업무의 효율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복약 상담의 정확도도 높이고자 하는 시도인데요. 그동안 단순히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찾고 관련 자원을 연결해 온 늘픔가치의 활동이 AI 기술과 만나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되지 않나요?
AI는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기술로 이야기되지만, 현장의 경험은 다르다. AI는 일을 없애기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기록을 대신해주는 기술 덕분에 우리는 다시 사람을 만나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만남을 ‘이어지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비영리 활동가에게 AI는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방향성을 지켜주는 도구이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AI를 쓴다.
– 박상원 대표, 홍익지능 칼럼「기록을 대신하는 AI, 돌봄을 되찾는 활동가」 중
지난 9월 22일, 늘픔가치의 박상원 대표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케어링노트 개발 과정과 늘픔가치의 조직 내 AI 도입 과정에 대한 발표를 하기도 했는데요. 아래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 “기술의 ㄱ도 모르던 우리가 AI와 함께 사회문제를 풀기까지” (7:19~20:07)
😎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의 칼럼도 읽어보세요!
기록을 대신하는 AI, 돌봄을 되찾는 활동가 | 박상원 사단법인 늘픔가치 대표
🖍️참고문헌:
문일요. “AI 전환 나선 비영리조직…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제3회 사회적가치 페스타].” 더버터, 2026.9.23.
카카오임팩트. Caring Note LAB: 마을 약사 통합 복약 관리 시스템. Tech for Impact LAB, 2026.
박현진. “‘찾아가는 복약상담에 AI 더한다’…약문약답·늘픔가치 MOU 체결.” 인공지능신문, 2026.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