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령주의와 독일 KoKIA(AI & 고령 역량 네트워크)의 사례
인공지능과 편향, 이제는 꽤나 자주 다뤄진 만큼 모두에게 익숙한 주제일 것 같아요. 과거 아마존이 채용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했다가 젠더 편향으로 여성 지원자들이 대거 탈락한 사례도 있었고, 생성형 AI로 전문직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 백인만 생성되는 비율이 더 높은 반면 흑인은 전통 의상이나 농촌 이미지와 엮여 나타나는 등 인종적 편향이 드러난 사례도 있었죠. 이처럼 AI가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편견과 편향을 데이터로 학습해 다시 만들어내는 문제는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AI가 재생산한 편향이 우리 일상에 더 자주 등장하며 기존의 편향이 고착화된다는 지적이 있는만큼 이를 어떻게 발견하고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지난해 「AI 편향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정책적 대응」 리포트를 통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마저 유독 언급이 안되는 편향이 있어요.
바로 “연령주의 (Ageism)”! 올해 초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최문정 교수 연구팀이 GPT-4o에 다양한 연령대의 특성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결과, AI는 고령층을 따뜻하고 친근하게 묘사하면서도 능력과 자기주장성 등은 낮게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해요. 완전히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닐지라도, 다른 편향과 마찬가지로 이런 고정관념이 AI를 통해 반복적으로 생성될 경우 기존의 선입견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디지털 참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 결과와 함께 지적되었어요.
하지만 젠더와 인종에 대한 편향에 비해 연령주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요. 돌봄 로봇과 헬스케어 AI처럼 고령층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음에도 정작 개발 과정에 노인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요. 안전하고 포용적인 AI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정책과 규범에서도 노인에 대한 편향이나 접근성 향상을 다루는 내용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게리케 대학교(Otto von Guericke University Magdeburg)의 유스티나 스티핀스카(Justyna Stypińska) 교수가 2023년부터 이끌고 있는 “AgeAI Project”팀이 여러 정책 문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보면, 청년은 늘 “AI의 미래”로 그려지는 반면 노인은 도움과 교육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다뤄지고 있었어요. AI 접근성 향상에 대한 논의 역시 노동의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데다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에 대해서는 건강, 돌봄, 취약성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만 이야기되는 경향을 보였어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스티핀스카 교수는 지난 9월 2일 열린 제6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 「인공지능과 노인인권: 연령 포용적 AI 전환을 향하여」에서 GPT-4o의 연령 편향을 연구한 최문정 KAIST 교수와 함께 AI 연령주의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는데요! 이 자리에서 스티핀스카 교수는 정책이 먼저 AI 연령주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개발될 고령층을 위한 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장벽과 차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다른 전문가들도 노인을 그저 ‘보호받아야 할 이용자’가 아니라 AI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대우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고요.

[포스터(좌):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 사진(우): 직접 촬영]
그렇다면 노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나 수동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AI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는 시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실제로 실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노인과 AI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독일 노인단체연방협의회(BAGSO)가 운영하는 KoKIA(Kompetenznetzwerk KI & Alter, AI & 고령 역량 네트워크)입니다.
바그소의 알렉산더 엥엘(Alexander Engel)도 제6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 참석해 KoKIA의 사례를 직접 소개하며, 노인들이 관심이 부족하거나 AI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독일의 65세 이상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이미 AI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층이 AI에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오히려 실질적인 장벽은 AI가 자신의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 있었어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바그소는 2023년부터 ‘좋은 노년을 위한 AI(KI für ein gutes Altern)’ 사업을 통해 독일 전역에 ‘AI 학습 거점(KI-Lernorte)’을 세우고, 지역 노인단체 활동가들이 AI를 이해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시작했어요. AI 애플리케이션이 이해하기 쉽고 책임 있게, 연령에 맞게 설계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이 사업의 중요한 목표였고요.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학습 거점의 경험을 모으고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KoKIA인데요. 개별 학습 거점에서 쌓인 노하우와 경험을 서로 나누고, 새로운 곳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해요. 홈페이지를 통해 AI에 대한 쉬운 설명과 현장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가까운 학습 거점으로 안내해 노인들이 직접 다양한 AI 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미지: KoKIA 홈페이지 캡쳐]
참고로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SSDA)는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AI 활용법을 익힌 뒤 노인인지활동지도사로 활동하며 다른 노인들을 직접 교육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AI를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다시 펼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례 발표를 마무리하며 엥엘은 “노인이 이용자로조차 호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과”라고 말했어요. 앞서 언급했듯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돌봄로봇과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고, 한국을 비롯해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나라도 늘어나는 지금, 엥엘의 이 말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와요. 노인을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이용자가 아니라 AI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긴 고민과 논의의 과정이 필요할 텐데요. 그러려면 AI 연령주의에 대한 대화도 앞으로 더 활발해져야겠죠!
🖍️참고문헌:
신미정. “‘AI 편향’ 보도 4년 새 4배… 생성형 AI 시대, ‘편견 없는 AI’ 만들려면.” 여성신문, 2026.08.23.
성도현. “‘생성형 AI서 판검사 등 전문직 이미지 백인 74%·흑인 3%’.” 연합뉴스, 2026.01.29.
김해원. “KAIST, AI의 ‘디지털 연령차별’ 정량 분석…’생성 AI의 은밀한 연령 편향'” AI타임스, 2026.06.28.
서현희. “AI 배워 노인활동지도사로…’은퇴해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경향신문, 2026.09.03.
“Amazon Scrapped ‘Sexist AI’ Tool.” BBC News, 10 Oct.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