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제안하는 AI 활용 가이드라인

AI를 활용해 성명서 초안을 작성하고, 포스터 이미지를 만들고, 회의록을 요약하는 등, 많은 시민사회 조직과 활동가들도 이제는 AI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올해 5월 다음세대재단이 800명이 넘는 국내 비영리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비영리 활동가 AI 인식·활용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응답자의 대부분이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고, 그 중 절반은 매일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AI가 빠르게 비영리 현장과 업무에 들어오고 있는 반면, AI에 대한 조직 차원의 고민은 아직 적은 것이 사실이에요. 어떤 기준으로 어디에 AI를 활용해야 하는지, 반대로 AI를 활용해서는 안되는 영역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아직 충분하지 않고요. 앞선 조사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고 답한 조직은 전체 응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AI는 학습한 데이터에 담긴 편향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때로는 그러한 편향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해요. 이런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비영리 조직은 특성상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만큼, 활동가 개인이 AI에 어떤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지, AI가 생성한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만들어야 할까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활동가와 조직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조직 차원의 고민이 적은 것이 아니라, 그 고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은 시민사회 조직들이 직접 만든 AI 가이드라인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가이드라인의 성격과 만들어진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조직 차원에서 고민하고 기준을 만들어갈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1. 《시민사회를 위한 생성형 AI 가이드》 by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정보인권연구소

첫번째는 올해 초 발간된 《시민사회를 위한 생성형 AI 가이드》로,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그리고 정보인권연구소에서 만든 실무 지침이에요. 생성형 AI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 정리부터 주요 이슈까지 두루 포함되어 있고요. 이 가이드의 핵심은 각 단체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생성형 AI 활용 정책’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정답처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고민하고 기준을 세워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단체의 성격, 규모, 활동 분야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같은 단체 안에서도 활동가의 역할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AI 도구나 활용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성형 AI 정책은 모든 단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가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정책 모델은 모든 단체가 따라야 하는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가 자신의 상황과 철학에 맞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 틀을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정책 모델은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 원칙도 함께 제시합니다. 

[…] 이 가이드와 정책 모델이 생성형 AI 사용을 권장하거나 장려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생성형 AI가 충분한 효율성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환경적 부담에 대한 우려, 또는 기술에 대한 불편함 등 다양한 이유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을 단체나 활동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가이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만약 단체가 생성형 AI를 사용할 경우, 어떤 최소한의 기준 하에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p.50~51)

2. 《페미니스트가 함께 만든 AI 가이드라인 2026 개정판》 by 한국여성민우회 

두번째는 한국여성민우회가 펴낸 《페미니스트가 함께 만든 AI 가이드라인》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21년 처음 발간된 후, 올해 7월 새롭게 개정되었는데요! #기본원칙, #성평등, #편향/차별방지, #다양성, #개인정보보호/정보인권, #책무성/공공성, #투명성, #기술통제권 총 여덟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AI 활용에 앞서 던져야 할 질문들과 고려해야 할 이슈들을 정리했어요.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답’을 단순하게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가 함께 만든 AI 가이드라인〉은 페미니스트가 AI와 관련하여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질문’을 모아놓은 결과물입니다. 페미니스트 정치는 언제나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왔으니까요. 연일 AI의 편리함과 유용함에 대한 상찬이 이루어지고, AI 사회로의 선제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이 필연적이라는 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잠시 멈추고 질문을 던져보자는 제안을 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그것이 AI가 일으키는 성차별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관한 불편한 질문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더 질문이 계속 던져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믿습니다. […] AI는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AI를 만들어야 하고, AI 개발자와 기업,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AI가 만드는 이익은 어떻게 분배하고, AI가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AI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페미니즘적인 AI란 무엇이고,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가이드라인을 통해 함께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고 그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 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