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AI의 조건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

2022년 11월 30일 시민들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챗GPT는 학자들의 연구실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 AI가 들어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불과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 세계의 1/8 인구가 생성형 AI를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월간 사용자가 2천 만을 넘는다고 하니 인터넷 검색만큼이나 AI는 이제 필수 도구가 된 셈이다.

처음에는 그저 사용자의 거의 모든 질문에 사람처럼 대화형으로 대답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신문 기사나 논문을 만들어주고, 코딩을 대신 해주며, 이미지나 동영상을 구성해 주는 단계도 넘어서, 상당 수준 비서(Agent)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는 물론이고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되면, AI는 노트북이나 모바일 화면을 벗어나 물리적 세계로 나와 우리와 함께 행동하고 생활하는 ‘물리적 AI’로 진화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진화의 끝에 정말 실리콘 밸리의 기술자들이 염원하는 일반인공지능(AGI)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한편 ‘AI 3대 강국’을 국정 과제로 내건 우리 정부는, ‘AI 기본 사회’라는 이름 아래 모든 시민에게 AI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다. 올해 발표한 ‘AI 행동계획’에 따르면 “나이와 직업,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포용적 디지털 역량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AI를 이용한 공론장을 설계한다든지, 범죄 근절이나 금융 안전, 교육 격차 해소 등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올해 안에 “모든 국민이 AI를 한글이나 산수처럼 쉽고 편리하게 무료로 활용하도록” 전 국민에게 AI 에이전트를 하나씩 무료로 소유하여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용도로 기업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나 복지와 비영리 분야에서도 AI의 다양한 활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인터넷이 쇼핑몰이나 금융거래를 넘어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을 확대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던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모두가 AI를 공익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함께, AI가 공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용되는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AI의 활용이 과도하게 사적 이익에만 치우치거나 사회 구성원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신, 공공과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사회적 쟁점이 되었던 AI의 편향 문제나 노동의 대체 문제, 자율 무기로 전쟁에 이용될 위험성 등은 그 일부 사례다.

AI의 ‘기능’ 혹은 ‘지능’이 예상을 넘어 점점 더 인간 고유의 영역을 대체해 나간다고 느낄수록, AI 기술에 대한 일방적인 숭배를 넘어서 오히려 인간과 인간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더해갈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지난 5월 교황 레오 14세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수호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회칙을 발표했다. 회칙은 일과 노동의 현장, 교육과 환경, 군사와 전쟁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서 AI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면 안 되는가도 매우 세세하게 짚어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AI를 의인화하고 신비화하면서 반대로 인간보다 우월한 AI를 묘사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인공지능 세계에는 비물질적이거나 마법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겉보기에는 즉각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모든 반응은 천연자원, 에너지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네트워크가 관여하는 긴 매개 과정의 결과물이다.”

사실 증기기관, 전기와 자동차,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기여를 해왔던 수많은 기술이 저절로 공익에 봉사해 온 건 아니다. 사회를 위한 기술은 그렇게 되도록 만든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숨어 있다. 교황 레오 14세가 복지 단체와 협동조합, 비영리 단체에게, AI가 주도하는 변화가 적절한 공동 규범과 사회적 보호 장치를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한 맥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 김병권 | 녹색전환연구소장
우리 경제와 사회가 기후와 충돌되지 않도록 돕는 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하여 ‘지구 생태계의 한계 안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AI’ 정책을 연구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기후를 위한 경제학>, <AI와 기후의 미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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