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함께 있다는 감각
김의진 지구닦는사람들 팀장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람의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감정적인 대화까지 나누는 시대가 됐다. 예전엔 오랜 훈련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몇 번의 입력만으로 가능해졌다. 그런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앞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연결될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오히려 더 강하게 ‘커뮤니티’를 찾고 있는 듯하다. 취향 기반 모임, 지역 공동체, 크고 작은 오프라인 모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혼자서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시대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어쩌면 AI 시대는 인간 연결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AI 시대에는 정보 자체의 가치가 빠르게 평준화된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신뢰가 된다. 무엇이 진짜인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정보’보다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사람, 같은 경험을 공유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더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영리 현장은 원래 그런 일을 해오던 곳이었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통의 가치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왔다. 어쩌면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건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오래 붙들고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 기술이 효율을 극대화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인간 경험을 더 원하게 될 수 있다. AI는 빠르고 정확하다. 기다릴 필요도 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반면 인간 관계는 원래 느리고 번거롭다. 오해도 생기고, 충돌도 생기고,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도 존재한다.
바로 그 비효율 속에서 사람은 연결감을 느낀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함께 웃고, 때로는 불편함을 견디는 과정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단순히 정확한 답변을 원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고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를 원하는 존재에 가깝다.
지구닦는사람들에서도 그 장면을 자주 봤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느슨하게 모여 환경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쓰레기 없는 마라톤 ‘무해런’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대단한 성과를 내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다. 그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로를 받았다. 기후 문제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기후우울’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 그게 사람들을 다시 모이게 했다.
그래서 미래에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보다 ‘가장 깊은 연결을 만드는 조직’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사람들은 거대한 시스템보다 자신이 실제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찾고 있다. 기술이 삶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수록, 사람은 더욱 인간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영리의 역할도 다시 보게 된다. 캠페인을 기획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일은 사람들에게 연결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유지시켜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공동체란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더 많은 것이 자동화되고, 더 많은 일이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은 더욱 사람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해온 곳이 바로 우리가 일하는 이 현장일지도 모른다.
✍🏻 김의진 | 지구닦는사람들 팀장
다양한 사회 문제 가운데 특히 환경과 로컬에 관심이 많은 비영리 활동가입니다. 직접 쓰레기를 줍는 활동부터 환경 프로그램 기획·운영, 사람들을 연결하고 연대하는 일, 지역 책방 운영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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